평범한 각자(覺者)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남한테 큰소리를 치는가
다 부질없는 짓이 아니던가
말로 가르쳐서 도를 이룰 수 있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그렇게 해야할 것이다.

깨닫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처음부터 있던 것을 겨우 알아내는 일 가지고
평범한 일이지 않던가
깨닫기 전이나 깨달은 후에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을 높이려고 하면
낮아진다는 것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
타고난 성격이라면 그런 대로 보아줄 수 있지만
억지로 꾸며낸 일이라면 자중해야할 것이다.

신비의 무덤이 평범이지 않던가
깨달음에 인연이 없는 사람은
주어진 생활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깨달음에 버금가지 않던가
자연적인 생활이야말로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지 않던가
이것저것 복잡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앞만 보고 달리면 되지 않던가
순수는 깨달음의 극치이듯이

2002년 12월 6일 금요일
평범한 각자(覺者)를 생각하며...
학식으로 도를 깨우치게 하려는 생각은 조금 무리가 있다. 과학적인(또는 학문적인) 원리에 의해 도에 이르는 길을 논리적으로 설명은 할 수 있어도 도 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그려내지 못한다. 물론 깨달음을 얻은 사람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경험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분명 존재함을 알아야한다. 똑같은 말과 행동일지라도 느낌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승들의 무차별적인 방할(봉할:棒喝(봉갈))은 자제해야한다. 깨달음을 얻은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남에게 못된 짓을 하는지 어중이 떠중이까지 나서서 방할을 부르짖는 것은 스스로 자기기만에 빠진 것을 알아야한다. 진정한 도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도는 말장난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연 그대로를 좋아한다.
물론 깨달음에 이를만한 그릇이 차있었기에 방할을 통해서 대오를 하겠지만 크게 신빙성이 가지않는다. 자칫하면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내포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보아라! 얼마나 많은 수행자가 방할을 외치고 있는지를 이제는 단칼에 끊어버릴 때도 되었다. 격식과 형식은 오히려 방해만 되기때문이다.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