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따라 흘러가는 자신

눈을 떠도 다가오고
눈을 감아도 다가온다.
처음부터 형상을 보지 말았어야했다.
한번 본 기억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곱게 핀 꽃을 보면 아름답게 느껴지고
추한 모습을 보면 추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바람을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허공에는 잡다한 형상들이 궁궐을 짓고
유혹의 손길을 놓지 않는다.
꿈인가 보면 생시고
생시인가 보면 꿈이니
이 노릇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아무도 모른다.
돌고 도는 것이 윤회라고 했던가.
끝없이 돌다보면
죄를 짓기도 하고 죄를 사하기도 한다.
생시에 꿈을 꾸면
꿈속에 생겨나고
꿈속에서 눈을 뜨면
생시에 서 있게된다.
마음은 잡을 수 없는 위치에 서서
형상을 만들고
느낌을 주며
현실감 나게 동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잡으면 사라지고
놓으면 나타나니
꽉 잡을 수도 없다.
이제부터 바람에 흔들리지 말자
꼿꼿하게 서서
마음따라 서 있는 자신을 놓아주며
마음가는 데로 흘러가 보자.

2002년 2월 28일 목요일
마음따라 흘러가는 자신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